아버지...
이 영화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아버지'를 우리들에게 보여주면서 가족간의 갈등과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무거운 짐을 지면서 살아가게 되는 현시대의 슬프고 현실적인 아버지상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아버지의 암에 초점을 두고 시작이 되고 있다. 아버지인 한정수는 부인, 딸, 아들을 이끌어 가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중앙 부처에서 공무원으로 일한다. 아버지는 공무원에 따른 적은 월급때문에 가족들의 무시와 무관심 속에 힘든 나날을 보내는 인물로 조명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에 불만을 갖지 않고 항상 가족을 위해 살신성인하는 모습을 보이며 우리들에게 안타까우면서도 따뜻한 아버지의 인간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딸인 지원은 아버지와의 교류가 단절된 인물로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에 다니면서 항상 아버지에 대한 창피함 속에 살아간다.
아들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으로 딸보다는 아버지와의 교류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결과적으로
대화가 단절된 상태라 볼 수 있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문제시되는 가족간의 대화 단절과 아버지를 무조건 무능한 존재로 여기는 사회의 일면을 풍자한 것이라 생각되어진다.
이러한 철저한 가족간의 단절 속에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아버지는 결국, 췌장암 말기 (5개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게되는데...
한정수는 가족들에게 행여 짐이나 되지 않을까 싶어 혼자만 괴로워하며 힘들게 살아간다.
이 때 힘이 되주는 사람이 있으니, 이 사람이 바로 남박사로, 이 영화에서 가족과의 대화를 이끌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아 괴로워하는 시기에, 옆에서 힘이되어 주는 남박사의 역할이 이 영화에서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 때 남박사는 안타까운 한정수의 모습을 보다못해 가족들에게 말하게 된다.
이에 가족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아버지에게 행했던 모든 행동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미안해하게 되는데....
하지만 시간은 다시 돌릴 수 없는 법... 아버지 한정수는 췌장암 말기...
가족들이 해줄 수 있는 건,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이 용서되진 않겠지만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그 시간 만큼은 모든 것을 참회하는 마음으로 잘해주는 것... 그 뿐이었다.
그 것 밖에 없다는 걸 가족들 모두 알기때문에 더 슬퍼하며 아버지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같이 여행을 가보고 싶어
가족끼리 마지막으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제주도 여행은 이 영화에서 많은 의미를 지니는데 이 제주도라는 공간은 지금까지 가족들끼리의 단절된 환경, 가족간의 따뜻한 사랑이 없없던 그러한 환경에서 벗어나 가족간의 화목을 이루는 화합의 공간이자 가족간의 진실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소중한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다.
여행 중, 아버지는 자신을 원망하면서도 옆에 있어준 아내에게 진주목걸이와 흰 스카프를 마지막 선물로 전한다. 아내를 사랑한 남자로서....
아들, 딸들에게도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한 통의 편지를 남긴다.
제주도에서 마지막 생애를 마감하는 순간까지 아버지는 가족들을 사랑하고, 한 평생 잘 못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과
자신을 늦게나마 이해해주는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 속에 눈을 감는다.
이 영화는 우리들에게 많은 의미를 주고 있는데, 아버지라는 존재가 과연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주고 있는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함께 살아가면서 항상 강해야하고, 가족들을 보호해주며 감싸주기만 해야하는 존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작품명: 아버지
1997. 05. 10. 한국. 12세관람가
감독: 장길수
출연: 박근형(정수 역), 장미희(영신 역), 최정윤(지원 역), 이호재(남박사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