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정석희 교수, “전력은 힘이 아니다”
에너지 용어의 차원 정합성 검토 총설 논문 출판
'전력'보다 '전기일률'/‘전일률’, '원자력'보다 '핵에너지'
에너지 전환 시대 과학 소통의 명료성 제고 기대

전남대학교 환경에너지공학과 정석희 교수가 기후·에너지·환경 분야 한국어 용어의 물리적 차원 정합성을 검토한 총설 논문을 대한환경공학회지에 발표했다.
논문의 핵심 문제의식은 단순하다. 힘(force), 에너지(energy), 일률(power)은 각각 뉴턴(N), 줄(J), 와트(W)라는 서로 다른 단위를 가진 엄연히 다른 물리량이다. 그런데 한국어에서는 에너지 단위를 쓰는 '원자력'·'풍력'과 일률 단위를 쓰는 '전력'·'동력' 모두에 '력(力)'이라는 글자가 관습적으로 붙는다. 물리 교육에서 'force = 힘 = 력(力)'이라는 관계가 머릿속에 자리 잡으면, 각 용어가 가리키는 실제 물리량을 용어 표면에서 읽어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 정 교수의 지적이다.
정 교수는 중국과의 비교를 통해 이 문제를 구체화한다. 중국은 power를 '공률(功率)', 즉 '일(功)의 율(率)'로 표준화해 역학·전기 영역을 막론하고 같은 물리량임을 용어 자체에서 드러낸다. 반면 한국은 역학에서는 '일률', 전기에서는 '전력'이라는 별도의 단어를 유지해, 분야가 달라지면 같은 물리량이라는 사실이 용어에서 지워진다.
정 교수가 제안하는 해법은 기존 용어의 폐기가 아닌 병행 사용이다. '전력'·'풍력'·'원자력'은 산업과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말인 만큼, 학술·교육 현장에서 '전기일률(전일률)', '바람에너지', '핵에너지' 같은 차원 투명한 보완어를 함께 쓰자는 것이다. 이 용어들은 영어 'electrical power', 'wind energy', 'nuclear energy'와도 직접 대응돼 국제 표준 문서와의 간극을 좁히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논문은 용어 표준화 논의의 학술적 출발점을 마련하려는 시도다. 최종 결정은 국립국어원의 전문용어 표준화 절차와 학술 단체의 합의를 거쳐야 하지만, 교육 현장과 학술 문헌에서 보완어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그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정 교수는 밝혔다.
해당 논문(정석희, 기후, 에너지 및 환경 분야에서 force, energy, power 관련 한국어 용어의 차원 정합성 검토, 대한환경공학회지 48권 5호, 118-126)은 대한환경공학회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는 2026년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재원으로 중앙녹색환경지원센터 및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정석희 교수는 미생물 전기화학 시스템 기반 그린 하폐수처리 및 에너지 전환 기술을 연구하는 학자로, 에페트솔루션(EFET Solutions) 창업자 겸 CEO를 겸하고 있다. 국가의 지원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Penn State)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환경 분야에서 3년 연속 스탠포드대 '세계 상위 2% 과학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광주녹색환경지원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