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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도 하지 못할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 사람의 심정을 파악하고 그 사람의 죄를 덜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직업, 재판의 결과에 따라 행복의 눈물을 흘릴지 고통의 눈물을 흘릴지 알 수 없는 어찌 보면 굉장히 괴로운 직업. 김정호 변호사(법학·91)를 만나 변호사직의 실상에 대해 알아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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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시기가 언제인지, 계기가 있다면? |
처음 꿈은 신문기자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사회적 현안에 대해 내 의견을 밝히고 서로 공감대를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고등학교 때부터 가지고 있었고, 신문방송학과를 가면 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이에 서울주재 대학의 신방과를 가려 했으나 결과적으로 담임선생님과의 논의를 통해 전남대 법대에 오게 됐다. 1학년 때는 과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대신문에 들어가 여러 활동을 하게 되었다. 2학년 때 과 선배가 시국사건으로 구속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선배가 변호사에게 오히려 상처를 받는 상황을 보게 되었다. 피고인을 안정시켜주고 방어·변호해야 하는 입장의 변호사가 오히려 2차적 피해를 주는 모습을 보고 법이라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내가 법대에 온 이상 무엇을 하더라도 법 공부를 어느 정도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비로소 가지게 됐다. |
일반적으로 변호사가 되기 위한 절차와 본인이 변호사가 되기 위해 해온 일들이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
사법시험은 1차부터 3차까지 진행 된다. 1차는 객관식 필기시험으로 하루에 끝나는 시험이고, 2차는 7가지 과목에 대한 논문형 주관식 시험으로 4일 동안 진행된다. 마지막 3차는 면접으로 진행된다. 사실 1차 객관식부터 합격률이 높지 않은 시험이다. 전체 정원 중 1차 합격률이 10%가 되지 않고 최종 합격률도 3%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전체 평균이 그 정도이고 지방대에서 공부할 경우 ‘내 자신을 믿자’는 생각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부를 해 보면 기본서를 평상시에 읽더라도 1차 객관식 시험을 보게 되면서 문제집을 사 풀게 되는데 문제를 풀다 보면 확실히 아는 것, 확실히 모르는 것이 있으나 어설프게 아는 것도 있다. 이 3가지를 구분하여 오답을 정리하고 ‘어설픈 지식을 확실히 아는 것으로 만든다면’ 좋은 점수를 낼 수 있을 것이다. |
법학전문대학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떻게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 할지? |
사법시험에 합격을 하게 되면 연수원 2년 동안 실무능력을 키워 나가는데, 로스쿨에서 과연 실무적 능력까지 키워줄 수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있고, 졸업 후 실무 수습을 맡아줄 기관이나 구체적 법안이 세워져 있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이미 로스쿨은 현재 진행형이며, 여러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법을 공부하기 시작하는 것이기에 시야를 넓혀 바라보아야 된다고 본다. 꼭 재판업무에 국한된 것이 아닌 법을 전문으로 다방면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다. |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
재판 업무와 재판 이외의 업무로 나눌 수 있다. 재판 업무는 민사, 형사 등 전통적인 의미의 업무이고, 재판 이외의 업무는 기업자문, 컨설팅, 투자계약 과정에 조언을 하는 등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앞으로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등장하게 되면 더 많은 방향으로 변호사의 업무가 뻗어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업무는 사건이 벌어진 사후에 재판을 하는 것인데, 사전에 변호사가 개입하여 분쟁의 소지가 없게 만든 다면 행정적인 이득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변호사가 되기 위한 중요한 자질 몇 가지를 꼽는다면? |
변호사는 아주 창조적인 직업은 아니다. 명석할 필요는 없고 보다 성실한 사람이 적합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와 꾸준한 대화시간을 가지고, 판례 분석을 통해 당사자가 무엇을 억울해 하는지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먼저 방향성을 제시하게 되면 오류가 있는 결론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당사자와 충분한 공감을 가진 사건이 승률도 좋고 결말도 깨끗하게 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독창적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사건은 거의 없다. 성실과 배려가 기본 전제가 돼야 하고, 선입견·편견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 |
변호사라는 직업의 장점·단점은 무엇인지? |
업무가 자유롭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대로 행동할 수 있다. 변호사는 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건에는 더욱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피력할 수 있다. 조금만 욕심을 덜 내면 좋은 변호사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경제적 수입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할 일이 정말 많다. 내려놓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그럴 수 있다면 보람도 많은 직업이다. |
변호사의 꿈을 가지고 있었을 때 힘들었던 점, 변호사가 된 지금 제일 힘든 점? |
불확실한 것을 추구하고 있었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 공부를 하면서 가지게 되는 불안함 등이 제일 힘들었다. 계속 시험에 떨어지다 보면 사람이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변호사가 된 지금은 ‘이런 변호사이고 싶다’라고 생각 했던 것을 실행하지 못하고 합리화를 하고 있을 때 안타깝다. 좋은 변호사가 되는 것은 매우 힘든 것 같고 요즘엔 나쁜 변호사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과거에 비해서 현재 변호사 직이 달라졌다 싶은 점은? |
변호사라는 직업을 사회적 지위나 명예, 돈이 보장되어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합격해서 변호사가 되었다는 것으로 모든 것이 보장되는 시대는 지났다. 나의 전문성을 통해 죽을 때 까지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용하여 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생각하고 변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송사건은 정해져 있으나 변호사 수는 늘어나고 있고, 유능하고 인정받는 변호사에게 사건이 몰리고 자기 지명도가 낮은 변호사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업무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여러 방향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판에 한정하지 않고 법률 전문가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직업군을 가지고 임한다는 자세로 변호사가 되었으면 한다. |
변호사 직을 하면서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였나? |
모든 변호사가 진실한 무죄를 받아냈을 때가 가장 뿌듯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 분들을 도와주었을 때 경제적 요소를 넘어서서 변호사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사자 분들이 기뻐서 울 때 같이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직업이다. 돈을 많이 받고 재판에서 승소할 때 보다 사람을 도왔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더욱 뿌듯하다. |
변호사의 일반적인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는지? |
출근을 일찍 할 필요는 없다. 일이 밀려 있으면 5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 업무는 9시에 시작한다. 10시에 재판이 시작되기에 준비를 하고 10시부터 12시까지는 재판이 진행된다. 12시부터 1시는 점심시간이고, 1시부터 2시가 유일한 휴식 시간이다. 이 시간은 사람에 따라 활용하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지금은 재판 당사자들과 면담을 갖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2시부터 5시까지 다시 재판이 있고, 6시까지 업무를 정리하고 하루 업무가 끝난다. 재판이 없는 경우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하게 되고, 6시 이후의 시간은 변호사 개인의 생각에 따라 다를 것 같다. |
변호사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해줄 가장 중요한 조언이 있다면? |
합격한 사람은 실력이 좋았고, 떨어진 사람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면 그 둘의 차이는 너무 많이 벌어지게 된다. 반대로 합격한 사람이 운이 좋았다며 떨어진 사람들을 돌보고, 떨어진 사람은 내가 실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한다면 사회적으로도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법조인이 존중받는 이유는 똑똑해서가 아닌, 그 시간동안 열심히 노력한 성실함을 평가하는 것이다. 변호사는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다. 돈을 많이 버려는 사람은 사업가가 되어야지 변호사가 돼서는 안 된다. 자신을 덜 내세우고 베풀려고 마음먹으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라 본다. |
글.사진 : 신대희 sdhdrea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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