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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에 미치다.’그에게 딱 맞는 표현이다. 그는 30년 전 독일의 슈투트가르트대학에서 로봇공학을 전공했고 연구 방법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유학길에‘연구보다 실험이 우선이고 고객은 왕이라는 것’을 연구 철학으로 삼았다.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그는 로봇 연구에 미친 삶을 살았다.“산업 현장에 가보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더군요. 기업들이 원하는 로봇 기술은 무조건 만든다는 일념으로 살았어요. 10년 동안 친구를 만난 적도 없고 날 새는 건 부지기수였죠.”그는 낮에는 산업 현장에서 밤에는 연구실에서 로봇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또 그의 연구 방식은 도전과 실험이 우선이다. 이미 개발된 기술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과감함과 끈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능형 로봇, 매크로 로봇, 마이크로 로봇 분야 개척 및 상용화 등 세계 최초의 연속이었다. 이는 로봇 분야의 대부로 자리 잡은 박종오 교수(로봇연구소 소장·기계시스템공학)의 이야기다.
박 교수는 로봇의 새로운 패러다임인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 분야를 개척, 선진국에 비해 10년이나 앞선 기술력을 확보했다. 박종오 교수는 2001년 세계 처음으로 대장 내시경 로봇, 2003년 세계 두 번째로 캡슐형 내시경 로봇, 2010년 세계 최초 혈관 치료용 마이크로로봇 등을 개발했다. 또 기계부품을 자동으로 조립하는 로봇, 알약 하나로 내시경 검사를 끝내는 자율 조종형 캡슐 내시경 로봇 등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많은 로봇을 연구·개발했다. 그는“로봇을 보여주기 위해서 개발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로봇이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사람이 할 일을 대신 해주는 등 실질적으로 인간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가치 있는 것”이라 로봇공학을 정의했다. 박 교수는 20여 년 동안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다 2005년에 우리 대학 기계공학과 교수직을 맡았다. 이후 로봇 기술 개발에 역점을 두기 위해 2008년 전남대‘로봇연구소(ROBOT Research Initiative, RRI)’를 설립했다. 로봇연구소의 설립 목적과 하는 일, 연구 성과 등에 대해 박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
▲첨단 로봇의 산실 될 터…마이크로 로봇에 중점 |
로봇연구소의 설립 목적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첨단 로봇연구 분야에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양한 로봇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기 위함이죠. 로봇은 21세기의 중요한 신산업 기술이고 인간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지요. 그래서 로봇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려 로봇연구소를 설립하고 마이크로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
로봇연구소가 주로 하는 일과 규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로봇은 모든 산업 분야에 적용이 되기에 우선 특화를 시켜 실생활에 적용하는 게 중요해요. 저희 연구소는 마이크로 나노 로봇에 중점을 두고 있고요. 의료 시술 로봇, 지능, 우주 로봇 등을 연구 중입니다. 규모는 현재 전문 연구 세 팀, 행정 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50여명의 연구원이 있어요. 혈관치료용 로봇 연구는 박석호 교수, 매크로 수술 로봇은 고성영 교수, 박테리아 나노 로봇은 박성준 박사가 전담 중이고요. 20여명의 연구원들이 온종일 연구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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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자동차 만들고 혈관 치료도 하네 |
지금까지 괄목할만한 연구 성과가 있다면 알려 달라. “로봇 연구 초창기엔 지능·산업용 로봇의 성과들이 많아요. 지능형 차체 가공 로봇, 용접 로봇 등 10여개 정도가 산업계 기술 이전이 됐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서비스 로봇, 원격제어 기술 로봇에 중점을 뒀고 1999년부터 과기부 21세기 프론티어 산업단장을 맡아 마이크로 로봇기술을 연구했습니다. 이후 대장 내시경 및 캡슐 내시경 로봇, 혈관 치료용 마이크로로봇 개발 등 세계 최고 성과를 달성했죠.” |
로봇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제가 1981년 장학생으로 독일에 파견, 바르네케 교수에게 지도를 받았어요. 그 분이 공학자로서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을 심어줬고요. 교육을 받으면서 로봇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됐죠. 공학자는 연구에 앞서 실험하고 부딪쳐보는 게 중요하다는 방법론을 배워 로봇을 만들어보고 실험하는 게 습관화가 됐어요. 로봇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일단 실험해보는 겁니다. 또 로봇은 산업계에 이전이 돼야 그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편의와 목소리를 150% 수용해야 해요. 연구보다 실험이 우선이고 고객은 왕이며 관료주의와 싸우라는 것. 이것이 지금껏 저만의 로봇 연구에 대한 원칙과 철학이기도 합니다.” |
▲ 사용자 편의 위해 의료용 로봇 개발…불가능해 보이는 과제 극복 |
로봇 연구 과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혈관치료용 마이크로로봇의 연구 및 개발 과정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선, 혈관 로봇 개발의 목적은 혈관의 막힌 부분을 원활하게 뚫기 위함입니다. 현재는 혈관 치료 과정에 다리 쪽으로 와이어(카테터)가 들어가요. 카테터로는 완전히 막힌 관상동맥을 뚫거나 혈관 벽에 쌓인 세포 찌꺼기를 제거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혈관을 잘못 뚫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소형, 자유자재의 움직임이 가능한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세계 첫 생체 실험(전임상·돼지 실험)까지 성공했죠. 혈관 로봇의 지름이 1mm이기에 혈관 속에 집어넣고 자기장의 도움으로 혈관을 따라 흐르며 필요한 처치를 하는 거예요. 의사 분들은 컴퓨터를 보며 조이스틱을 조종해 치료에 임할 수 있는 거죠.”
연구 과정 등에서 느낀 점 및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로봇)연구는 협력을 기반으로 해야 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어떻게든 성과물을 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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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 수 있어요. 의료로봇의 경우 의료진과의 협력, 산업로봇은 산업계와의 협력이 중요하고요. 또 제가 캡슐 내시경 로봇을 개발하려고 할 때 주변에서 로봇을 어떻게 캡슐로 만들 수 있겠냐며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죠. 더불어 연구에 착수한지 1년 만에 이스라엘에서 캡슐 내시경 로봇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최초는 아니지만 더 잘 만들자는 결심을 했고 결국 최고의 캡슐 내시경 로봇을 만들었죠.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고 다분히 연구에만 매진했던 것이 좋은 성과를 냈던 거 같아요. 또 대장내시경 로봇 기술과 관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윤리에 어긋난 발표로 인해 연구자로서 자부심이 무척 상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올해 2월 KIST 측에서는 대장 내시경 로봇 기술 이전 결과를 발표하면서 연구책임자를 제가 아닌 제 후임으로 바꿔서 발표했었죠. 연구책임자는 저였습니다. 기술 이전 소유권을 논하는 것이 아닌, 연구자의 자존심을 훼손한 오류를 바로 잡기 위해서 반박했었죠.” |
▲로봇이 검사-진단-수술하는 시대 온다 |
산업·의료 로봇 첨단화 등 로봇의 진화가 확대되고 있다. 로봇의 진화를 전망한다면? “로봇의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을 흉내 내려는 움직임과 지능을 닮는 거예요. 로봇의 지능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는 우주 로봇이라든가 인체의 조직에 상응하는 마이크로 나노 로봇을 개발하는데 주력할 것이라 봐요. 인체 외부의 절개를 최대한 줄이면서 진단 결과는 더 정확하게 나오는 거죠. 최근 자율조종 캡슐 내시경 로봇을 개발해 알약 하나로 내시경 검사를 끝내는 기술을 개발했고요. 상용화는 3~4년 정도 후에 가능할 거라 봐요. 흉터 없는 수술이나 빠른 암 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 로봇 등을 통해 환자의 불편함을 줄이고, 진단 결과는 더 정확하게 나올 겁니다.” |
최근 로봇연구소가 해외우수기관 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 독일 프라운호퍼IPA 연구소와 첨단지능형 로봇을 공동 연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한 설명 부탁드린다. “케이블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 융복합 서비스 및 친환경 로봇을 개발할 예정이에요. 이번 독일 프라운호퍼-IPA와 국제공동연구소 설립을 통해 첨단 미래 원천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프라운호퍼-IPA 한국연구소 설립 및 2020년까지‘Global Top 5’ 로봇전문연구기관으로 성장시켜 한국로봇 수준 향상 및 지역발전을 견인해 나갈 겁니다.” |
앞으로의 연구소 운영방안과 연구 계획은 무엇인가. “마이크로로봇 상용화에 주력하려 합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마이크로 의료기기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에 힘을 쏟고, 기존의 치료법을 대체할 차세대 의료기술 실용화에도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에요. 또 로봇연구소를 독립법인으로 확대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어요. 좀 더 특성화를 시켜 세계적인 로봇 연구소로 탈바꿈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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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로봇연구소 www.rri.re.kr
글=신대희 sdhdream@gmail.com 사진= 필자 촬영 및 로봇연구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