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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정신의 가치에 대해 재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어요. 광주 시민들의 숭고한 희생과 공동체 의식을 생각하며 저희 팀도 하나로 뭉칠 수 있었죠. 저희 곡 '망월'을 들으시는 분들도 광주의 오월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셨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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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페스티벌 오! 광주·오월 창작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다희 씨(전남대 국악과 09·보컬)는 18일 인터뷰에서 "대상의 여운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가요제를 통해 팀도 결성하고 저의 존재감도 널리 알려져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재단에서 주관한 '제 2회 오월 창작가요제'는 전국에서 423곡이 응모, 1차(음원)·2차(예선) 심사를 거쳐 본선에서 총 10팀이 경연을 치렀다. 가요제는 "빛을 노래하라"라는 주제로 본 경연에선 전문가 위원 5명, 시민평가단 150명의 심사를 반영했다.
서다희 씨는 참가 계기에 대해 "유명한 퓨전국악팀을 보면서 보컬과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며 "가요제 공고를 보고 밴드 활동 중인 남자친구에게 퓨전국악곡을 써달라고 부탁해 팀을 꾸려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가요제를 통해 '그루터기'라는 팀을 만들게 된 것. 그는 대상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으로 팀의 화합과 국악의 선율 등을 꼽았다. "짧은 연습기간에도 불구하고 열린 마음으로 본선 무대에서 실력 발휘를 잘 했던 것으로 봐요. 가사가 전하는 함축적 표현도 좋았고 국악의 특색도 잘 살린 것 같고요." | |
대상 수상곡인 '망월'은 희생자들의 정신과 가치가 잊혀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달을 기다리는 이의 마음을 국악 선율에 담은 곡이다. '망월'의 탄생배경과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일까? 서 씨의 남자친구인 손성훈 씨(전남대 기계공학 03·프로듀서)는 망월동의 뜻에 대해 고민 도중 '망(望)'자에 주목했다고 한다. 손 씨는 "'망'의 기다림과 바라는 바를 달에 빗대어 오월 정신을 열망하고 의지를 표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작곡·작사를 했다"고 말했다. '망월'엔 "깊은 한숨뿐이리. 바람에 실은 꽃씨를 타고 저 바다 건너 나비 되어서 달을 그리는 그곳을 찾아 달꽃 심어 주리라. 달꽃 심어 주리라"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이에 그는 "희생자들이 죽어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열망할 것인데 현재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달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깊은 한숨과 그대 마음속에 달이 보이는가'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또 "달을 꽃에 비유, 달을 꽃으로 심어 오월의 숭고한 정신이 피게끔 '달꽃 심어주리라'고 전했다"며 계승을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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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생각하는 5·18민중항쟁의 정신은 군부독재의 야만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사람다움'이었다. "80년 광주 시민들은 사람다운 삶을 위해 피와 밥을 함께 나눴죠. 국가폭력에 맞섰기에 이 땅의 민주주의가 있다고 봐요. 연대의식, 정의, 희생, 인권, 평화 등의 고귀한 정신을 기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5·18항쟁의 계승 방법에 대해 묻자 서다희 씨는 '교육적 측면의 노력'과 '관심과 애정'이라 답했다. 고향인 대구인 서 씨는 대학을 광주로 오면서 5·18관련 수업을 듣게 돼 인식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광주를 제외한 타 지역 사람들은 5·18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5·18관련 교육·문화적 콘텐츠를 생산, 누구든 5·18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가요제를 마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에 대해 묻자 서다희 씨는 본선 무대 노래 간주 파트에서 돌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노래 중간에 간주와 가야금 솔로 파트가 있는데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 가만히 서 있기가 민망했다. 그래서 '무용 아닌 무용'을 한다고 혼자서 빙글빙글 열심히 돌았다. 생각보다 어지러워서 혼났다." 또 손성훈 씨는 경연 합주를 위해 악기를 빌리러 다녔던 일, 2차 예선 공연 때 엠프가 터져 버린 일, 타 지역에서 참가한 팀들과의 어울림 등을 말했다. "공연을 위해 모듬북이 필요한데 학교 측에서 빌리지 못해 '얼쑤'라는 타악 전통문화연구회에 가서 빌려오느라 힘들었어요. 또 2차 예선 때 노래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스피커가 터져서 힘들게 공연했던 기억이 생생해요. 그리고 타 지역에서 참가한 팀들이 1, 2회 창작가요제 모두 광주팀에서 대상이 나와 선입견을 갖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죠. 본선 무대 올라가기 전에 서로의 곡을 경청․응원해주고 무대 끝나고 'REMAINs'라는 팀과 뒤풀이도 함께 했어요. 서로 음악적 교류를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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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광주문화재단은 가요제 수상 곡들이 담긴 CD 1000장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이에 서다희 씨는 "많은 분들이 앨범을 들으며 오월 정신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그루터기'의 활동계획과 본인의 포부를 전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가야금을 배운 서 씨는 현재 가야금병창을 전공 중이다. 팀원들은 그에 대해 "무대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 칭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엔 몰입하는 성격이라는 것. 그는 장래희망에 대해 "평생 공연하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답했다. 또 그루터기는 음반 작업과 다양한 공연에 몰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에 대상 받고 나서 많은 곳에서 초청 공연 섭외가 들어왔어요. 창작지원금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할 계획이고 9월 전후로 '그루터기' 자체 앨범을 제작할 겁니다. 대중들을 대상으로 광주의 5월을 알리자는 의미도 담을 예정이에요." 민주주의 달빛으로 똘똘 뭉친 그루터기, 그들의 달꽃은 피기 시작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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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룹 '그루터기' 멤버 ▲보컬: 서다희(전남대 국악·09) ▲프로듀서: 손성훈 (기계공학·03) ▲타악: 이영미(국악·10), ▲가야금: 고윤아(국악·10) ▲해금: 문보라(국악·10) ▲대금: 신선민(국악·10) ▲피아노: 조수영(백제예대 실용음악 졸)
◇입상자 명단 ▲금상=마요봐요(ASSAIN·부산) ▲은상=오월의 파랑새(위키드 보이즈·경기도) ▲동상=거울향기(피콕 그린·서울) Just do it(리얼리티·서울) 봄내음(어머밴드·대전) 당신을 찾습니다(나비맛·서울) 꿈의 동산(김은경·서울) REMAINs(소나기·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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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대희 sdhdream@gmail.com 사진 : ⓒ광주시문화재단 제공
ⓒ뉴스원 김태성 기자 |